디자이너 킴 존스Kim Jones가 펜디의 여성복을 맡기는 했으나 디올 남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떠난 건 아니다. 루이비통을 거쳐 2018년 디올 옴므로 영입되며 좋은 평가를 받은 그의 컬렉션을 이제 남성복과 여성복 양쪽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권위 있는 두 럭셔리하우스의 수장을 동시에 맡는다는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리라.
디올 2021 F/W 남성복 컬렉션에서 킴 존스는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트리니다드에 기반을 둔 예술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와 함께 공동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실 콜라보레이션은 킴 존스의 작품에 가장 핵심이 되는 포인트다. 예술에 대한 관심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이끌어내는 공동작업의 결과는 늘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 단비가 된다.
슈프림X루이비통 콜라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디올에서는 2018년 뉴욕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카우스KAWS와 함께 하고, 2020 가을에는 독보적 감성의 아티스트 숀 스투시Shawn Stussy와 새로운 Dior 코드를 창조, 2021 S/S 시즌 컬렉션은 아프리카 가나의 아티스트 아마오포 바오코Amoafo Baoko에게 헌정하는 등 계속되는 놀라운 파트너십 덕분에 디올의 남성복 컬렉션은 시즌마다 하이라이트로 떠오르는 것이며 이번 시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언택트의 시대를 맞이해 디올이 선택한 아티스트 피터 도이그는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비유적 화가(figurative painters) 중 한 명으로 사진과 패션 분야에 있어서도 영감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풍경과 인물 양쪽에 동등하게 초점을 두고 독특한 구성의 추상화로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으로, 사진에서 기억이나 감각들을 끄집어내 몽환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환상적인 색채와 낭만적인 미적 감각으로 인해 그림 속 의상 역시 상상력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킴 존스의 2021-2022 겨울 패션쇼는 무대 장식부터 피터 도이그의 독창적인 세계를 담아냈다. ‘Milky Way(은하수, 1990)’에서 가져온 꿈결 같은 하늘이 플로어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공간 속에서 밤하늘의 별과 디올의 별이 어우러져 은은하게 빛나고 있으며, 무대 중앙을 차지한 거대한 설치물은 ‘Speaker/Girl(스피커/소녀, 2015)’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2개 층으로 이루어진 무대를 움직이는 모델들의 모습은 마치 복합적인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이번 남성복 컬렉션에서 피터 도이그는 Dior을 위해 두 개의 엠블럼을 고안했는데, 크리스찬 디올의 반려견 바비를 닮은 강아지와 사자 모양의 엠블럼은 벨트와 주얼리에 장식되었으며, 모자 디자이너로 유명한 스티븐 존스(Stephen Jones)의 울 펠트 모자도 직접 그렸다. 또한 피터 도이그의 영향력은 부드럽고 차분한 블루, 네이비, 더스키 모브, 그레이와 함께 화려한 옐로우, 블러드 오렌지, 그린과 같은 삶의 기쁨을 표현하는 Dior의 생동감 넘치는 컬러로 구성된 팔레트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감각적인 컬러 페인팅을 통해 표현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독특하고 신선한 시각이 디올 하우스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연결된 것이다.
2021-2022 디올 겨울 남성 컬렉션은 디올의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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