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치요리
御節料理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오세치요리御節料理(おせちりょうり)라고 해서 설음식을 만들어두고 사흘 동안 먹는 풍습이 있다. 「おせち」는 원래 달력상의 다섯 명절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때 먹는 요리를 [おせち料理]라고 불렀기 때문에 지금은 명절의 첫 번째인 정월초하루의 요리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는 조상을 모시는 문화라서 설날 아침에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지만 일본에는 다양한 신을 모시며 이런저런 의미를 붙이는 문화가 전해져 온다. 한 해의 시작인 정월에 歳神(としがみ토시가미)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행복을 주는 고마운 신을 모시는 것이 바로 ‘お正月(오쇼가츠)’ 우리로 말하자면 설날이다. 섣달그믐날이면 만드는 오세치요리는 토시가미에게 공양하기 위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보존이 가능한 요리로 구성된 데는 한 해 동안 수고하신 부뚜막의 신과 불의 신도 쉴 수 있게 한다는 의미 또한 담겨 있으며 적어도 새해의 초사흘간은 주부도 집안일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문화이기도 하다.
오세치요리는 일본 가이세키요리와도 같이 코스요리처럼 되어있으며 경사가 겹친다는 뜻으로 찬합에 담아 내놓는다. 크게 나눠본다면 축하안주(이와이 사카나, 祝い肴), 애피타이저(구치토리, 口取り), 구이(야키모노, 焼き物), 초무침(스노모노, 酢の物), 조림(니모노, 煮物)의 5종류로 각각 축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세치요리를 담는 찬합에는 행복을 쌓는다는 의미도 있는데, 요즘 판매되는 상품은 2단, 3단, 5단까지 다양하지만 기본은 4단이 정석이라고 한다. 완전한 숫자를 의미하는 3에 하나를 더 얹는 것인데, 위에서부터 「一の重(이치노쥬)」 「二の重(니노쥬)」 「三の重(산노쥬)」 「與の重(요노쥬-四가 죽을 死를 연상시켜 재수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라고 부른다. 요리를 담는 방법은 지역이나 풍습에 따라 다양하기는 하지만, 몇 번째의 찬합에 무엇을 넣을지가 대충 정해져 있다.
▶ 一の重(1단): 祝い肴、口取り(축하안주와 애피타이저)
흰살어묵, 밤조림, 생선살 달걀말이, 마른멸치볶음, 콩자반, 말린 청어알, 우엉조림, 다시마말이
かまぼこ(가마보코)、栗きんとん구리킨톤)、伊達巻き(다테마키)、田作り(다즈쿠리)、黒豆(구로마메)、数の子(가즈노코)、きんぴらごぼう(긴피라고보), 昆布巻き(곤부마키)
축하안주란 축하밥상 전에 내는 술안주를 말하며, 찬합은 없어도 축하안주만 있으면 설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설날요리 중에서는 중요시된다. 일단 축하안주는 '다즈쿠리' '가즈노코' '구로마메', 즉 우리음식으로 예를 들자면 멸치볶음, 청어알, 콩자반 3종류가 기본이나, 간사이 지방에서는 검은콩 대신 우엉이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찬합의 맨 위 뚜껑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오는 첫 번째 단이기 때문에 포인트가 되는 바닷가재 같은 화려한 음식으로 장식하고 그 외의 공간에 다양한 안주와 애피타이저를 틈이 생기지 않도록 채워간다. 재료의 종류도 가장 많은 것이 이 「一の重(이치노쥬)」다.
▶ 二の重(2단): 焼き物(구이)
도미나 방어 등의 생선구이, 새우를 비롯한 해산물
鯛(타이)や鰤(부리)などの焼き魚(야키자카나)、海老(에비)をはじめとする海の幸(우미노사치)
두 번째 단의 찬합에는 구이 중심으로 채워 넣는다. 운이 좋다고 하는 방어와 도미, 새우 등 해산물을 구운 음식으로 구성된다. 식사의 메인이 되는 요리를 담는 순서가 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재료를 넣는 것보다 재료 각각의 양을 많이 하는 것이 포만감을 만족시킬 수 있다. 구운 육류나 튀김을 넣는 것도 「二の重(니노쥬)」의 찬합이다.
▶ 三の重(3단): 煮物(조림)
토란이나 쇠기나물, 연근이나 인삼 등 산의 진미를 사용한 조림, 닭고기 야채조림
里芋(사토이모)やクワイ(쿠와이)、蓮根(렌콘)や人参(닌진)など山の幸(야마노사치)を使った煮物、筑前煮(치쿠젠니)
세 번째 찬합에 들어가는 반찬은 조림이 중심이며, 두 번째 해산물과는 대조적으로 연근이나 토란, 쇠귀나물과 우엉 등을 함께 익힌 치쿠젠니 등 산해진미를 담는다. 다른 단의 찬합처럼 여러 종류의 재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조림만을 듬뿍 넣는 것이 「三の重(산노쥬)」의 기본이다. 색상의 구성을 좋게 하고 싶을 때는 잎을 깔거나 잘게 뿌리기도 한다.
▶ 与の重(네 번째 단): 酢の物(초무침)
당근과 무의 생채 초절임, 순무 피클
紅白なます(고우하쿠 나마스), 菊花かぶ(키쿠하나 가부)
맨 아랫단 「与の重(요노쥬)」는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초무침이나 젓가락이 쉬어 갈 수 있는 음식을 담는다. 당근과 무의 홍백 색상을 살린 초절임 생채나 국화 모양으로 잘라 절인 순무 피클 등을 넣는다. 공간이 남으면 3단 찬합에 다 들어가지 못한 조림을 넣어도 좋다.
▶ 五の重(고노쥬): 비워둔다
다섯 단의 찬합의 경우에는 맨 아랫단은 비워 둔다.
예로부터 「五の重(고노쥬)」는 토시가미(年神)가 주시는 복을 채우는 장소로 여겨져 가능한 한 많은 복이 들 수 있도록 아무것도 넣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습이다. 단, 지역에 따라서는 다른 찬합에 다 들어가지 않았던 요리나 자신의 가정만이 가능한 요리, 또는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넣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 おせち料理에 담겨있는 요리에는 각각 확실한 의미가 들어있다.
· 새우: 삶으면 노인처럼 등이 굽는다고 장수를 의미
· 도미: 칠복신이 들고 있는 생선. 메데타이(경사스럽다)의 ‘타이’
· 연근: 구멍으로 장래가 잘 내다보여 전망이 밝다
· 토란, 청어알: 작은 알이 많이 붙어있어 자손번영
· 우엉: 흙속의 단단한 뿌리처럼 행복을 단단히 다진다는 의미
· 홍백: 붉은 색은 액막이, 흰색은 깨끗함
· 킨톤: 황금색의 재물운
· 검은콩: 얼굴이 검게 탈 정도로 근면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
村上春樹는 お節料理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썼다.
"설날이 되면 집에서는 일단 오세치요리와 비슷한 걸 만든다. 연말에는 집사람과 함께 츠키치(築地)의 어시장에 가 방어라던가 참치라던가 새우라던가 야채 같은 걸 한보따리 사온다. 그리고 이것저것 잔뜩 요리를 만든다. 나는 솔직히 말해 오세치요리를 병적으로 좋아한다. 나는 대체로 육류나 기름진 것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이라서 오세치요리 같은 생선이나 야채 요리가 오밀조밀 들어있는 요리는 무작정 좋다..."
-村上朝日堂番外 お正月は楽しい 中
오세치요리 이외에 일본에서도 새해 아침이면 ‘오조니(お雑煮)’라고 하는 떡국을 먹는다. 일반적으로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주 재료인 떡과 당근, 무, 파 등의 야채를 넣어 만든다. 집안마다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빨간 미소냐 하얀 미소냐 간장이냐 등으로 옥신각신 다투기도 하는 전통 음식이다. 한국의 떡국과 가장 큰 차이는 떡이다. 우리는 멥쌀로 만든 가래떡을 사용하지만 일본은 찹쌀로 만든 넓적한 떡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떡국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새해 첫날을 맞이하며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의 떡을 맑은 물에 끓인 떡국을 먹었다고 한다. 길게 뽑아낸 가래떡에는 오래오래 살라는 무병장수의 기원이, 그 떡을 동그란 엽전 모양으로 써는 건 재물이 풍족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지나간 일은 모두 씻어버리고 좋은 일만 있기를 염원하며 끓여내는 설날 떡국은 이렇듯 우리 조상들의 간절한 한 해 소망이 담겨 있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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