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패션에 빠질 수 없는 아우터는 바로 트렌치코트다. 해마다 기본 스타일을 중심으로 라인과 디테일에 다양한 변형을 준 트렌치코트가 등장하는데, 트렌디한 스타일이 아니라도 전통적인 트렌치코트는 그만큼 값어치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고비용을 들이더라도 가성비면에서 후회하지 않을만한 패션이기도 하다.
1950년대 Burberry Campaign
트렌치코트(trench coat)는 제 1차 세계 대전 때 영국 병사가 참호 안에서 입었던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이후 가장 유명해진 것은 영국의 전통적인 스타일로 대표되는 버버리의 코트로 유행을 선도하는 패셔니스타들은 이 럭셔리하면서도 웨어러블한 룩을 사랑해왔다. 과거 트렌치코트는 영화에서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중요한 소도구이기도 했다. 특유의 멋짐이 묻어나오는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를 걸침으로써 이미 시각적으로 분위기를 장악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원히 회자될만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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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
험프리 보가트는 전설이자 문화적 아이콘이다. 그 배경에는 바로 영화 [카사블랑카]가 있었다. 물론 그전에도 그는 훌륭한 연기자였지만, 냉담한 터프가이의 카리스마 뒤로 사랑에 괴로워하는 남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험프리 보가트라는 배우를 최고로 만든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그 역할을 뒷받침한 건 바로 트렌치코트였다. ‘이별의 시간이 오고 온갖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릭(험프리 보가트 분)과 일리자(잉그리드 버그만 분)는 서로를 응시한 채 일리자는 트랩을 오르고 릭은 사라지는 비행기를 한 동안 바라본다.’는 바로 그 장면! ‘험프리 보가트 룩’이라고 패션사에까지 기록될 정도로 그의 트렌치코트 차림은 뭇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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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
Waterloo Bridge, 1940
로버트 테일러 Robert Taylor
세기의 미남배우 로버트 테일러. 그의 대표작은 뭐니 뭐니 해도 [애수]다. 2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한 멜로영화로 당대 최고의 미녀배우 비비안 리와 출연해 더욱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군 장교라는 캐릭터의 특성 상 로버트 테일러는 영화 내내 군복을 입고 있는데 신사다운 반듯한 외모는 제복마저 멋스러운 패션으로 보이게 했다. 트렌치코트란 원래 군복에서 비롯된 옷이니만큼 그가 영화에서 입은 코트 역시 일반 트렌치코트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스타일로, 쏟아지는 빗속에서의 키스 씬이나 안개 자욱한 런던 워털루 다리에서의 회상 장면 같은 아름다운 명장면과 함께 길이길이 패션의 역사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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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Out Of The Past, 1947
로버트 미첨 Robert Mitchum
로버트 미첨은 할리우드 터프 가이의 대명사로 50년대를 풍미한 배우다. 선악이 공존하는 미묘한 이미지로 인해 어느 장르에나 어울리는 면모를 지녔지만 그의 진가는 역시 느와르 영화에서 돋보인다. 그가 출연한 영화 [과거로부터]는 스릴러적인 긴장과 서정성이 공존하는 신선한 감각의 느와르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에 실력 있는 사립탐정으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제프 역의 로버트 미첨은 비극적인 운명을 무심한 듯 섬세한 남성미와 함께 표현했다. 트렌치코트와 함께. 무릇 사립탐정의 대명사란 바로 트렌치코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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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Le Samourai, 1967
알랭 들롱 Alain Delon
미남의 대명사라고도 하는 프랑스 최고의 스타 알랭 들롱.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느와르 영화에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배우로 그의 대표작은 한 두 개가 아니지만, 특별한 캐릭터가 빛을 발한 작품은 바로 ‘프렌치 누아르’ [고독]이다. 어떤 인간관계도 맺지 않는 냉혹하고 고독한 킬러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공할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는 이야기의 이 영화는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쳐 오우삼의 <첩혈쌍웅>와 짐 자무쉬의 <고스트 독: 사무라이>에 직접적인 영감을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주윤발의 트렌치코트도 사실은 알랭 들롱에게서 비롯된 셈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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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
The Sting, 1973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원조 꽃미남 로버트 레드포드는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실력파배우다.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인상과 함께 급부상하게 만든 영화로 [스팅]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당시 대대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으며 케이퍼 무비의 대표 격이라고도 평가된다. 1930년대 시카고를 무대로 두뇌게임을 통해 상대방을 속이는 사기꾼 역할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의 환상적인 콤비가 멋들어지게 한바탕 판을 벌이는 유쾌한 작품이다. 잘생긴 인물이 뭘 입으면 멋지지 않을까마는 트렌치코트 차림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그저 속아 넘어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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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F/W Collection
Menswear Trench Coats
2020 F/W시즌에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트렌치코트는
클래식한 스타일에서 다양한 소재를 섞은 디자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No. 21, ©Burberry, ©Dolce & Gabbana
전통적인 스타일을 대표하는 버버리 트렌치코트 스타일. 나폴레옹칼라에 더블버튼,
조일 수 있는 소매끈이 달린 무릎길이의 박시한 코트는 어떤 옷차림에나 매치되는 기본 아이템이다.
©Boss, ©Tods, ©Valentino
클래식한 싱글 브레스티드 트렌치 코트는 깔끔한 디자인과 핏으로 모든 체형에 잘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베이지 톤에 오리지널리티가 있지만 블랙이나 네이비 색상도 트렌디하다.
©Dior Men, ©Louis Vuitton, ©Givenchy
가슴 쪽의 비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대는 스톰 플랩(storm flap)을 활용하면서
약간의 변형을 시도한 디자인은 색다른 멋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스타일이다,
©Off-White, ©Charles Jeffrey Loverboy, ©Études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넉넉한 실루엣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데다 클래식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
심플한 라인이기 때문에 시크하면서도 멋스러우며 활용도가 톺은 스타일이다.
©OAMC, ©Sacai, ©Yohji Yamamoto
다양한 소재나 컬러를 믹스하는 디자인으로 새로운 감각을 표현한 트렌치코트가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도 돋보였다.
디테일 포인트나 실루엣의 변형이 트렌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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