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하우스에는 늘 많은 변동이 있어왔다. 패션의 선구자들이 창립한 쿠튀르 하우스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모색할 때 혜성같이 등장한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뒤를 이었고, 그들의 이동과 함께 브랜드 역시 변신과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올의 역사를 보면 유명한 스타 디자이너들의 이름이 줄지어 있어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현재 패션계의 현황을 알 수가 있다.
1905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이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을 오픈한 건 39세의 나이였다. 1947년 본격적인 형태의 쿠튀르 하우스로 시작한 첫 번째 컬렉션은 전 세계에 대대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여성의 실루엣을 살린 새로운 패션을 제시하여 커다란 인기를 얻은 그의 디자인은 ‘뉴룩New Look’이라 불리며 패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잘록한 허리, 길고 풍성한 스커트, 마치 꽃봉오리 같은 스타일이 전쟁으로 인해 억제되었던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디올은 이후에도 계속 새로운 실루엣을 발표했다. H라인, A라인, Y라인, 애로Arrow라인으로 이어지는 그의 선도적인 감각은 20세기 패션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받으며 1956년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57년 그의 사망 후 크리스찬 디올의 브랜드는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거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1946-1957) >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1958-1960) > 마르크 보앙Marc Bohan(1961-1989) >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é(1989-1996) >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1997-2011) / 에디 슬리만Hedi Slimane(2001-2007) > 라프 시몬스Raf Simons(2012-2015) >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201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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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디자이너의 사망으로 혼란에 빠진 디올 하우스는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을 디렉터로 임명하였고, 젊은 디자이너의 더욱 부드럽고 가벼우며 실용적인 첫 컬렉션은 호평을 받았지만, 성공 이후 이어진 컬렉션에서 선보인 룩은 너무 대담하다는 이유로 평단과 경영진에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브 생 로랑은 결국 자신만의 패션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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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생 로랑이 군입대로 떠나자 디올의 수석디자이너 자리는 마르크 보앙(Marc Bohan)으로 교체되었다. 디올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아하고 웨어러블한 룩을 조금씩 진화시키며 브랜드를 지킨 그는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수많은 명사들에게 사랑받은 30여년 동안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이끌며 미래를 위한 단단한 틀을 마련하기에 이르렀으며, 기성복 컬렉션 ‘미스 디올’과 옴므 라인도 이 기간 중에 출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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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합병과 운영진의 교체 등으로 변화를 맞이한 디올은 이탈리아 태생의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é)를 수석디자이너로 영입했다. 페레는 로맨틱한 디올의 전통적 이미지를 차분하고 구조적이며 세련된 컨셉으로 개선하고 성공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랑스 출신이 아닌 디올의 첫 디자이너로서 프랑스 패션계에서 인정받는 데도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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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브랜드 분위기 쇄신에 힘입어 더욱 젊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디올 하우스는 당시 지방시(Givenchy)의 수석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와 계약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새로운 디올은 기존의 고객 대신 새로운 젊은 여성 고객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발언과 나치즘 찬양 동영상, 알코올 중독 등의 연이은 스캔들로 추락의 길을 걸은 존 갈리아노는 결국 해고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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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디올의 역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에디 슬리만(Hedi Slimane)이다. 2001년 남성복 ‘디올 옴므(Dior Homme)’를 새롭게 론칭하기 위해 영입한 젊은 디자이너는 남성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는 슬림 핏을 선보이며 남성복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트렌디한 슈트를 입으려면 남성들도 슬림한 몸매를 유지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슬리만의 신화는 2007년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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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가 떠나고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디자이너 자리가 공석이 되자 질 샌더(Jil Sander)의 미니멀리즘을 우아하고 캐주얼하게 진행해왔던 벨기에 출신의 라프 시몬스(Raf Simons)가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그의 컬렉션은 새로운 도전과 함께 주목받는 쇼로 이어져왔으며, 디올에서의 첫 번째 쇼인 2013년 봄 컬렉션에서도 자신의 개성이 담긴 간결하고 단순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화려했던 갈리아노와는 완전히 다른 룩으로 전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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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디올은 또 한 번의 개선을 꾀했다.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에 힘을 실으려 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에 따라 발렌티노(Valentino)에서 일하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디올의 첫 번째 여성 수석디자이너가 되었다. 시인, 지식인, 작가 등 글을 통해 삶과 감정을 조명한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이끌어낸다는 그녀는 오늘날의 페미니티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당함과 특별한 매력을 지닌 그녀의 컬렉션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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