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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를 방문하다-교토여행기(2)

추억여행

by yaoya 2022. 2. 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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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지 죽은 듯이 푹 잤지만 아직 몸이 나른하다. 힘껏 양손을 뻗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오늘은 지인이 차를 내어준다고 해서 편안하게 여기저기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 부디 비가 되지 않기를 빌면서, 니조성二條城으로 향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별궁이라던가. 다섯 개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는 니노마루어전二の丸御殿의 내부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구두를 벗어야 했다. 길의 순서를 따라 어둑어둑한 마루를 걸으니 어디서랄 것도 없이 벽화를 설명하는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림은 꽤 색이 바래 있어 뛰어난지 어떤지 판단이 안 되고, 그저 넓은 방에 가구라 할 만한 것도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검소하게 비치는 것이 을씨년스럽다. 밟으면 꾀꼬리 소리가 난다는 바닥도 나의 귀에는 닳고 삐걱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정원은 일본의 정서가 엿보인다는데 바로 그랬다, 깔끔한 구조였다.




 

주홍색 단청의 헤이안신궁平安神宮은 다른 신궁과 특별히 다른 점도 없어서 적당히 둘러보고, 신엔神苑이라는 정원으로 향했다. 다리가 걸려있는 회유식 정원은 벚꽃이 만개하면 무척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계절이 빠른 탓인지 내 눈에는 대단한 정경도 아니다. 원래 신궁에는 흥미가 없지만, 추천 해 준 드라이버 앞에서 싫다고도 말할 수 없어 대충 돌아본 셈치고, 이제 이 정도로 괜찮겠지 라고 생각되는 타이밍을 재서 밖으로 나왔다.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라시야마嵐山 방면으로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교토 대학 앞을 지나 한적한 길을 달려, 몇 개인가의 절을 뒤로 하고 달리면서, 나는 비에 젖은 잿빛 고도를 창 너머로 바라본다. 강가에 차린 가게(가쓰라가와桂川였던가?)에서 장어정식을 주문했다. 좀 너무 달았지만 감칠맛이 배어 있어서 아주 맛있다.


 

 

 

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료안지龍安寺에 들렀다. 유명한 가레산스이시키枯山水式석정石庭을 꼭 보려고 서울에서부터 작정하고 왔던 것이다. 돌계단 앞의 꽃을 가득 피운 커다란 나무가 맞이해 주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연못이 있고, 탑이 있고, 화단이 있고... 어쨌든 완벽한 절이다. 비어져 나온 절의 가장자리를 따라 석정으로 향한다. 가늘고 긴 아담한 뜰에 백토를 깔고 곳곳에 크고 작은 돌이 놓였고 그 돌에 이끼가 끼어 있었다. 그뿐이었다. 나같이 세속적이고 단순 무지한 인간은, 하루종일 마주보고 눈싸움 해봤자 무아지경에 이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백토 위의 빗자루 자국이 정성스럽고, 긴 세월을 지탱해온 약간 낮은 담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눈을 감고 정원의 돌을 그리면서 우주와 대화를 나눠보라고 했던가! 하지만 난 10분도 참지 못하고 허리를 일으키고 말았다. 뭐 마주본 건 확실하니까....


 

 

마지막으로 금각사金閣寺를 방문했다. 교토라고 하면 금각사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것은 연못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금박의 3층 누각이 눈부실 정도로 화려해서일까. 약 6,600만 평방미터에 이른다는 교코치鏡湖池를 따라 걷다보면 멀리 기누가사야마衣笠山를 배경으로 위풍도 당당히 솟아있는 금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과연, 틀림없이 그림처럼 멋졌다. 계속 줄지어 서 있는 무리 속에서 한국인 관광단이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높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로 한국인의 목소리 크기에는 말문이 막힌다. 여관 앞까지 데려다 준 운전사에게 덕분에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었습니다, 라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얼마간의 돈을 봉투에 넣어 건넸다.

 


-有炫之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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