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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를 방문하다-교토여행기(1)

추억여행

by yaoya 2022. 2.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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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우메다梅田역에서 교토행 한큐전철阪急電車을 타면 약 40분정도로 교토의 중심, 카와라마치河原町역에 도착한다. 나는 일단 짐을 역 코인로커에 보관하고, 은각사행 버스를 탔다. 작가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의 소설이나 수필 속에 나오는 '지쇼지慈照寺'의 별칭이 '은각사銀閣寺'라는 것을 문 앞의 팻말로 알고,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정문에서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는 동백나무 울타리로 되어 있는데, 높이를 맞추어 가지런히 잘라놓은 틈새로 울긋불긋한 동백나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하얀색에 오렌지색이 섞여있는 꽃은, 빨간 동백나무만을 보아온 나의 눈에는 무척 신선하게 비친다.

 

 

본당本堂과 도구도東求堂 사이에 일본식 백토정원白土庭園이 조성되었고, 그것을 앞에 두고 작은 연못을 품은 2층의 관음전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를 통칭 '은각사(긴카쿠지)'라고 부른다더군. 절을 에워싼 완만한 산에 올랐다. 엷은 초록색의 새순이 가득 돋아난 수목을 통해 내려다보는 경내는 그야말로 선사답게 의연하고 차분한 풍모를 이루고 있다.

 

 

절벽을 따라 뻗어있는, 일명 '철학의 길哲學の道'이라 불리는 벚꽃 가로수 길을 수로를 따라 걷는다. 옛날부터 교토대학생들이 곧잘 사색하며 걸었다고 하는 조용한 길이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찻집들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작은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가 막대처럼 뻣뻣해지기 시작하는데 큰길이 나타나지 않는다. 도중에 골목길이 몇 번 있었지만, 마음대로 접어들면 미아가 될까 두려워서 끈기 있게 걸어, 거의 1시간 걸려 버스가 다니는 거리로 나올 수 있었다. 확실히 이 정도의 거리라면 사색도 할 수 있겠고, 철학도 논할 수 있는 셈이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로커에서 짐을 꺼내고, 예약한 여관으로 향했다.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 외관이라 실망했지만, 안내받은 방은 의외로 깔끔한데다 화장실과 작은 도코노마도 붙어있었다. 손을 씻고 다탁에 준비되어있는 차를 끓여 마셨다. 찻잎이 조금 많았는지 떫은맛이 났지만, 곧 머리가 맑아진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상상외로 훌륭했다. 통나무만을 엮어 산기슭에 세운 거대한 절은 세계유물로 지정될 만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절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정원 등 다른 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 오전 내내 계속 걸어 다녔기 때문에 이 절에서는 되도록 걷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어느새 산길로 들어서고 만다. 맞은편 산에서 본당을 멀리 바라본다. 그 옛날 절벽 위에 나무 기둥만으로 절을 짓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은 대체 어떤 대단하신 분일까.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움이었다. 가을 단풍에 파묻힌 절을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다. 산사에서 내려가는 언덕길의 양쪽은 기념품 가게로 붐비고 있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부터 시골 할머니 단체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인파다. 나는 차를 조금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다....

-有炫之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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