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말 가운데 [배려]라는 단어가 있다. 남을 위한 배려, 이 얼마나 삶을 훈훈하게 만드는 단어인가.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남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희박한 것같다. 외국에 나가면 이 점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나리타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일이다. 계속 탑승객이 들어오는 복잡한 기내, 창가에 자리잡은 30대 여인의 휴대폰 대화가 무척이나 귀에 거슬린다. 수신이 잘 안되는지 목청을 높여 유창하지도 않은 일어로 이별타령을 하고 있었다. 빈 자리 하나 걸러 통행로 쪽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같은 또래의 여인은 책 제목으로 미루어보아 일본인인 듯. 잠시 후 30대 남성이 커다란 스포츠백과 트렁크를 들고 들어왔다. 자리확인을 한 뒤 짐을 선반에 넣으려고 머리 위의 캐비넷을 열었으나 이미 선반은 빈틈없이 꽉 차있었다. 할 수 없다는 듯 남성은 스포츠백을 자기 앞자리 밑으로 쑤셔넣은 후 트렁크를 끌고 가운데 자리로 들어갔다. 그동안 계속 통로에 서있던 조용한 여인은 트렁크 때문에 두다리가 통로쪽으로 밀려나는 불편한 자세로 말없이 제자리에 앉았다. 난 남성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모른체했고, 오히려 계속 전화로 아쉬운 이별을 나누고 있는 옆자리의 여인을 비웃음과 짜증섞인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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